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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 – 레고의 위기와 기적의 회복 이야기

by 비안트 2025. 5. 4.

    [ 목차 ]

 

레고는 전 세계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한 대표적인 장난감 브랜드다. 그러나 이 브랜드가 영원히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레고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무모한 확장과 핵심 가치에 대한 망각, 그리고 급변하는 시장에 대한 오판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던 장난감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레고는 다시 일어섰고 단순한 회복을 넘어 가장 수익성 높은 완구 브랜드로 변모했다. 어떻게 이 기적이 가능했을까? 브랜드가 실패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 그 회복의 과정을 따라가보자.

 

레고의 위기와 기적의 회복 이야기
레고의 위기와 기적의 회복 이야기

 

장난감이 아닌 세계를 만들겠다는 야망, 그리고 위기

1990년대 후반, 레고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 브랜드 중 하나였다. 플라스틱 블록 하나하나가 무한한 조합과 창의성을 열어주었고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내부의 시선은 달랐다. 경영진은 레고가 더 이상 새로운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기존의 블록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레고는 레고 유니버스를 꿈꾸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테마파크를 세우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며 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빠르고 무리하게 확장했다는 데 있었다.

 

당시 레고는 자사의 핵심 상품인 블록 시리즈 외에도 천여 가지가 넘는 새로운 제품군을 쏟아냈고, 그 중 다수는 수익성이 전혀 없었다. 무리하게 확장한 라이선스 사업, 낮은 품질의 전자 제품, 방향성이 흔들린 디자인까지 더해지며 브랜드 정체성은 흐려졌다. 게다가 레고 세트의 복잡성은 오히려 사용자 경험을 해쳤고, 생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2003년, 레고는 무려 2억 3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CEO는 우리가 만든 장난감이 아이들을 더 이상 즐겁게 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창의력의 상징이던 브랜드는 방향 잃은 전략의 상징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브랜드의 본질로 돌아가기 – 구조조정과 핵심 가치 회복

레고의 전환점은 외부에서 시작됐다. 덴마크 출신의 맥킨지 컨설턴트였던 요르겐 비그 크누스트럽이 2004년 CEO로 취임하면서 레고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그는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레고를 레고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첫 번째 조치는 간단했다. 버리는 것. 레고는 기존에 시도했던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테마파크 운영을 외부에 위탁했고, 실패한 전자 장난감 사업도 철수했다. 제품 라인업은 절반 이상 줄였고, 복잡했던 블록 디자인도 단순하게 되돌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사용자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크누스트럽은 소비자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내부 디자이너들이 아니라, 실제 아이들과 부모, 레고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설계했다. 레고 크리에이터’와 같은 자유 조립 시리즈, 닌자고와 같은 스토리 중심 시리즈가 탄생했고, 이들은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복잡하고 무리한 확장에서 벗어나, 레고의 본질이었던 조립의 즐거움, 창조의 기쁨에 집중한 것이다. 2006년부터 레고는 흑자로 전환했고, 이후 10년간 매출은 세 배 이상 성장했다.

 

팬덤을 브랜드 자산으로 – 커뮤니티 기반 혁신

레고의 회복은 단지 비용을 줄이고 제품을 단순화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레고가 이 위기에서 살아남은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팬과 함께하는 브랜드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제품 기획과 디자인이 모두 내부에서 이루어졌지만, 크누스트럽 체제 이후 레고는 소비자와의 공동 창작을 전략으로 삼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레고 아이디어스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일반 사용자들이 자신이 만든 레고 모델을 공개하고 1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실제 상품으로 출시된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레고 브랜드에 대한 참여와 애정을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방식이었다.

 

또한 레고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콘텐츠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방식이 달랐다. 기존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유머와 창의성이 살아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14년의 <레고 무비>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레고라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레고는 단순히 제품을 팔지 않았다. 고객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콘텐츠로 확장하며 정체성과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했다. 팬덤이 곧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위기 이후의 레고, 실패를 자양분 삼는 법

레고의 위기는 전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 핵심 가치를 망각하고 무리한 확장에 집착하며 사용자보다는 내부의 만족을 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사라진다. 레고는 달랐다. 실패를 직시했고, 과감히 기존 전략을 포기했으며, 고객의 손으로 다시 브랜드를 세웠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브랜드가 가진 뿌리 깊은 철학과 이를 되살릴 수 있는 용기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실패한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방향을 바꾸는 용기.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 본질로 돌아가는 선택. 레고는 스스로를 조립하듯 브랜드를 다시 조립했고 더 강한 형태로 부활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진짜 창조는 위기 이후에 시작된다고.